국채금리 뛰는데 기준금리는 덜 올린다?…한국도 인상 전망 낮아져

목차
- 글로벌 국채금리 2000년 이후 최고…한국도 금리 인상 전망 축소
- 월가 “국채 투자 매력 커졌다”…연준 추가 인상 압박 완화
- 국제유가 100달러·재정적자 부담…국채금리 하락은 불확실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국채 매도세가 확산하며 시장금리가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중앙은행이 직접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금융 여건이 긴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과 주요국의 재정적자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국채금리 상승이 통화정책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경기 둔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8개 경제권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지난달 중순 이후 약 200bp(1bp=0.01%포인트) 축소됐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누적 금리 인상폭은 지난 9월 717bp에서 최근 539bp로 낮아졌다.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 전망이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됐지만 국채금리 급등 이후 투자자들의 예상이 달라진 것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통화긴축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국채금리 2000년 이후 최고…한국도 금리 인상 전망 축소
최근 글로벌 국채금리는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우려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맞물리면서 상승하고 있다.
세계 국채의 평균 수익률은 4%를 넘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하반기 들어 70bp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31bp, 독일은 61bp 올랐으며 프랑스는 121bp 급등했다. 특히 프랑스는 재정 전망에 대한 불안이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으로 달성하려던 금융 여건 긴축이 이미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금리 인상 기대가 가장 크게 줄어든 국가는 호주였으며 유로존과 한국,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켄 오처드 티로프라이스 국제채권 부문 책임자는 시장이 더 강한 긴축을 반영할수록 실제 금융 여건이 더욱 긴축되며 그 결과 중앙은행이 추가로 시행해야 하거나 시행할 수 있는 금리 인상 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 “국채 투자 매력 커졌다”…연준 추가 인상 압박 완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국채금리 급등이 중앙은행의 긴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는 주요국 채권시장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위험을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성장률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만큼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탕위쉬안 JP모건 프라이빗뱅크 아시아 금리·외환 전략 책임자는 중앙은행들이 단기 인플레이션 위험과 경기 성장 둔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 달간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우량 채권의 투자 매력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경기 둔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동시에 높아진 금리 수준 덕분에 투자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도이체뱅크도 미국 국채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크리스티안 놀팅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의 에너지 공급 불안이 영구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국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주기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 역시 채권시장 자체의 긴축 효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채금리 상승의 일부는 연준의 추가 인상 전망과 무관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올릴 이유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한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제유가 100달러·재정적자 부담…국채금리 하락은 불확실
반면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공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쉽게 완화되지 않아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금리와 불확실성을 잘 견디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마이클 볼 블룸버그 거시경제 전략가는 경제활동이 반복적인 금융 여건 긴축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 과거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장기 국채금리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를 고려해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정부 부채와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에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네스 고 UOB케이히안 프라이빗자산관리 책임자는 경기 둔화가 뚜렷해져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멈추더라도 재정 우려 때문에 장기 국채금리의 하락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도 채권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경제성장 강화와 지출 억제를 통해 미국의 차입 부담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역시 국채금리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정부의 지출과 세입 계획을 재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글로벌 채권시장의 향방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뿐 아니라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재정정책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AI부터 PC·스마트폰·와이파이 문제까지, 쉬운 해결법이 궁금하다면 ‘엘클방’에서 확인하세요.https://eliyahub.co.kr/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