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재선에 브라질 금융시장 폭락…증시 14% 급락·헤알화 27년 만에 최대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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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금융시장이 급락했다. 친시장 정책을 내세운 야권 후보의 승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는 14% 폭락했고 헤알화 가치는 하루 만에 약 8% 떨어졌다. 시장의 관심은 룰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여부와 차기 경제팀 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이날 14%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약 8%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1999년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국채 가격도 하락하면서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보우소나루 승리에 베팅했던 투자자들 충격
이번 금융시장 급락은 선거 결과가 투자자들의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 선거 당국에 따르면 2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은 51.8%를 득표해 48.2%를 얻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제쳤다. 플라비우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앞서 이달 초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룰라 대통령을 앞서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브라질 자산 매입을 확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되면 정부 지출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시장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과정에서 보베스파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리스 터너 ING 글로벌 시장조사 책임자는 “모두가 매우 놀란 상황”이라며 “보우소나루의 승리가 브라질 자산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시장의 강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재선으로 시장은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다시 반영하기 시작했다.
페트로브라스 8% 하락…금융주·미국 상장 기업까지 충격
매도세는 주요 기업으로 확산됐다.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주가는 8% 하락했고 금융서비스 기업 XP 주가는 48% 폭락했다.
브라질 사업 비중이 높은 해외 상장 기업들도 타격을 받았다. 뉴욕증시에서 핀테크 기업 누홀딩스는 17%, 전자상거래 기업 메르카도리브레는 7.8%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룰라 대통령의 재정 확대 공약이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저소득 가계의 부채 경감, 주말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되면 정부 지출이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기대했던 재정 건전화 대신 향후 4년간 브라질 경제가 뚜렷한 개선 없이 현상 유지에 머물 가능성을 시장이 반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 향방은 경제팀 인선과 재정정책에 달려
시장에서는 선거 결과 자체보다 룰라 정부가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베르토 라모스와 판텔레이몬 셈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할 사안으로 차기 재무장관 인선을 꼽았다.
이들은 선거 공약에 따른 재정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2027년 예산안에 필요한 조정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룰라 정부가 기초재정지출 증가를 일부 억제하면서 세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공공부문과 국영기업을 경제 성장과 투자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기존 정책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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